코스피가 마지막 날 지운 것, 1990년 이후 최악이라던 7월
7월 31일 코스피가 하루에 17%대 올라 종가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 말 대비 34%까지 벌어졌던 월간 낙폭이 22%대로 줄면서 1997년 10월과 2008년 10월을 모두 밑돌았다. 장중 고점 상승분의 대부분이 종가까지 남았고, 오전에 1%대에 그쳤던 종목 등락률 중앙값도 3%대까지 올라왔다. 무엇이 되돌려졌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종가 기준으로 정리하고, 바뀐 기대와 그 기대를 접을 조건을 함께 적는다.
7월의 마지막 거래일에 코스피가 하루 만에 17.91% 올랐다. 종가 6,595.45다.1 종가 기준 상승률로 역대 최고이며, 종전 기록은 2008년 10월 30일의 11.95%였다.2
이 하루로 7월의 기록이 바뀌었다. 6월 말 8,476.48에서 7월 30일 5,593.56까지 34.01% 벌어졌던 월간 낙폭이 22.19%로 줄었다. 1997년 10월 외환위기의 27.25%와 2008년 10월 금융위기의 23.13%를 모두 밑도는 자리에서 확정됐다. 두 기록과의 차이는 각각 5.06%포인트와 0.94%포인트다.3 1990년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이 될 뻔한 달이 마지막 날에 그 자리를 비켜났다.
이 글은 오전 장중 자료로 처음 썼고, 종가 확정 후 전면 갱신했다. 수치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종가 기준이다.1
시장이 보상한 것은 매출이 지출을 따라잡았다는 확인이었다
트리거는 하루 전 뉴욕장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78%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8.19% 급등했다.4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을 이끌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회계연도 4분기 자본지출은 4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9% 늘었다.5 시장 추정치를 소폭 밑돌았을 뿐 절대 규모는 크게 증가했다.
시장이 확인한 것은 그 지출을 매출이 따라잡고 있다는 쪽이었다.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8% 늘었고, 애저 성장률은 43%로 시장이 예상한 40% 안팎을 웃돌았다. 애저의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6
같은 날 메타는 하락했다. 메타의 자본지출은 83% 늘었는데 잉여현금흐름은 85억 5000만 달러에서 7억 8400만 달러로 91% 무너졌다.5 마이크로소프트의 잉여현금흐름은 23% 줄었지만 196억 4000만 달러로 두터운 흑자를 유지했다.6
두 회사 모두 지출을 크게 늘렸다. 갈린 것은 그 지출을 현금흐름이 버텨냈는지 여부다. 7월 내내 국내 증시를 누른 공포가 인공지능 투자가 꺾이면 메모리 수요도 꺾인다는 것이었으므로, 클라우드 성장률이 지출을 정당화했다는 확인은 그 공포의 전제를 직접 건드렸다.
오전에는 지수만 올랐고, 오후에는 시장이 따라왔다
오전 10시 20분 시점에 코스피 943개 종목의 등락률 중앙값은 1.42%였다.1 지수가 15%대 오르는 동안 절반의 종목은 1%대에 머물렀고 245개는 내렸다. 지수의 회복과 시장의 회복이 따로 놀던 상태다.
종가에서는 달라졌다. 중앙값은 3.10%로 올라왔고 상승 775종목, 하락 127종목, 보합 41종목이 됐다.1 오전에 245개였던 하락 종목이 127개로 줄었다. 코스닥은 더 넓다. 1,820개 종목 중 1,557개가 올랐고 중앙값은 5.36%다.
다만 편중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5,445조원으로 늘었고, 전일 대비 증가분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온 몫이 73.6%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삼성전자 28.18%, SK하이닉스 23.05%로 합산 51.23%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26.81%, SK하이닉스는 29.95% 올랐다.1
7월 하락 국면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 코스피 고점 이후 하락분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설명한 비중은 80.2%로 제시된 바 있다.7 오른 날도 내린 날도 같은 두 종목이 지수를 끌고 다닌다.
외국인이 사흘 판 것을 하루에 되샀다
한국거래소 정규시장 집계 기준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7조 2800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8조 2800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1조 1500억원을 순매수했다.1 대체거래소를 포함한 장중 집계로는 외국인 순매수가 8조원대로 보도되기도 했다.8 이 수급 수치는 한국거래소 잠정치이며 확정치에서 달라질 수 있다.
7월 28일 하루 외국인 순매도가 5조원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흘에 걸쳐 판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하루에 되산 셈이다. 거래대금은 49조 5700억원대로 불어났다.1
7월이라는 달
7월 코스피를 누른 요인은 겹쳐 있었다. 중국 창신메모리의 상장과 중국의 노광장비 자립 시도가 메모리 과점 구조에 대한 의문을 키웠고, 7월 28일 하루에만 코스피가 10.84% 내렸다.9 7월 한 달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약 17조 9000억원으로 보도됐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국면을 눌렀다. 매출 79조 3187억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였지만, 시장 컨센서스였던 매출 84조 597억원과 영업이익 64조 889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10 영업이익률 76%대라는 숫자에도 주가가 밀린 이유가 여기 있다.
바로 전날인 7월 30일에도 코스피는 장중 5,976.82까지 올랐다가 5,593.56으로, 마이너스로 마감했다.11 장중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고도 더 내려간 날이었다. 오늘과 어제의 차이가 이 글의 마지막 논점이다.
오늘 상승은 종가까지 살아남았다
그날 장중 고점까지 오른 폭 가운데 종가까지 남은 몫을 보면 국면 차이가 드러난다. 산식은 다음과 같다.
(종가 − 전일 종가) ÷ (장중 고가 − 전일 종가)
올해 코스피 일봉에서 장중 고점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오른 날은 오늘을 포함해 21건이다. 구간별로 나누면 이렇다.1
| 구간 | 표본 | 평균 | 중앙값 |
|---|---|---|---|
| 1월부터 5월 | 11건 | 86.8%1 | 91.4% |
| 6월 | 4건 | 79.6%1 | 84.1% |
| 7월 (오늘 제외) | 5건 | 40.0%1 | 44.6% |
| 오늘 | 1건 | 96.6%1 |
7월에는 장중 급등의 절반도 종가까지 남지 않았다. 7월 22일에는 11.9%만 남았고 7월 30일에는 마이너스였다.1 오늘은 96.6%가 남았다.1 상반기 평균보다도 높고, 연중 표본 어느 구간과 비교해도 상단이다.
이 차이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오늘 아침 기준으로 7월 표본의 분포가 되풀이됐다면 종가는 6,000선 안팎에 그쳤을 것이고, 그 경우 7월 낙폭은 1997년 10월을 넘어섰다.1 장중 상승분이 거의 그대로 남았기 때문에 두 기록을 모두 피했다.
콴타 판단
바뀐 기대 7월 내내 국내 증시를 누른 전제는 인공지능 투자가 꺾이면 메모리 수요도 함께 꺾인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은 그 전제의 앞부분을 직접 건드렸다. 지출은 줄지 않았고 클라우드 매출이 지출을 따라잡고 있었다. 갱신된 것은 투자 사이클의 방향에 대한 기대이며, 메모리 공급 구조에 대한 의문은 갱신되지 않았다.
전달 경로 클라우드 사업자의 자본지출이 유지되는 한 서버용 메모리 주문이 이어지고, 그 주문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의 실적으로 들어온다. 이 경로가 지수를 통째로 끌고 다닌다는 사실은 오른 날에도 내린 날에도 같았다. 이날 시가총액 증가분에서 두 종목이 설명한 몫이 73.6%였다는 것이 그 자리를 보여준다.1
접는 조건 셋 중 하나가 관측되면 이 기대를 접는다. 첫째, 클라우드 사업자의 다음 분기 자본지출 계획이 하향되면 근거가 사라진다. 둘째,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거나 창신메모리 물량이 서버용 D램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공급 구조 쪽 의문이 기대를 덮는다. 셋째, 종목 등락률 중앙값이 다시 1%대로 내려앉으면 이번 회복을 시장의 회복이 아니라 지수의 회복으로만 읽어야 한다.
그래도 그대로인 것들
7월 하락을 만든 구조적 요인 가운데 오늘 하루로 해결된 것은 없다.
중국 창신메모리 상장과 노광장비 자립 시도는 그대로다. SK하이닉스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사실도 바뀌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편중은 오늘 더 심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세 명이 인상을 주장했고, 2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4
마이크로소프트가 확인해 준 것은 클라우드 수요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지, 메모리 공급 구조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 상승의 크기에는 미국 메모리 종목의 동반 급등과 7월 낙폭 과대가 함께 작용했으며, 어느 하나를 단일 원인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8월에 확인할 것
첫째, 시장 폭이 오늘 수준을 유지하는지다. 중앙값이 오전 1.42%에서 종가 3.10%로 올라온 것은 반등이 반도체 밖으로 번졌다는 신호지만, 하루치 관찰이다.1
둘째,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는지다. 오늘 하루 되산 규모가 컸던 만큼 되돌림 매도가 나올 여지도 함께 커졌다.
셋째, 메모리 고정거래가격과 D램 현물가, 창신메모리 관련 후속 소식이다. 7월 하락의 중심 논거가 여기 있었으므로 반등이 추세가 되는지를 가늠할 자료도 같은 자리에 있다.
이 글은 시장 상황을 정리한 자료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마감 직후 수급 통계는 잠정치이며 익일 확정치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기사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이런 폭등은 없었다, 코스피 역대 최대 17%대 상승 - 뉴시스
- 역사상 최악의 한달, 7월 코스피 금융위기·IMF보다 더 폭락 - 뉴스1
- 뉴욕증시, MS·반도체 강세에 일제히 상승 마감 - 뉴스핌
- AI 투자경쟁, MS 자본지출 69%·메타 83% 증가 - 서플
- MS, AI 수요에 깜짝 실적, 애저 연매출 첫 1000억달러 돌파 - 머니투데이
- 반도체 쇼크에 코스피 6000 붕괴 - 조선비즈
- 외국인 대규모 매수에 코스피 장중 상승률 역대 최대 - 뉴스핌
- 外人 패닉셀·中 반도체 굴기·삼전닉스 편중 - 헤럴드경제
-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 60.5조 - 머니투데이
- 코스피 7월 30일 마감 시황 - 머니투데이